제목: 셀트리오니즘 / 저자: 전예진 / 출판사: 스마트북스
현재 연구 분야가 AI 신약 개발과 연관이 있는지라 궁금해서 읽어보게 된 책.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님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음. 성격이 엄청 시원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목표도 크게크게 잡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뤄내면서 현재의 위치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업무 강도가 엄청날 것 같다...
1. CEO는 제1영업사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에서 강조한 내용. CEO의 주된 업무는 영업. 어떤 제품이든 팔 수 있으면 사업이 돌아간다. 기술력이 좋다고 누가 알아서 찾아와서 제품을 사주지는 않는다. 회사의 대표가 제품이 팔리게 만들어야 매출이 발생하는 것. 기술 창업을 한 대표님들 중에 종종 영업을 못하는 분들을 만난다. 연구원 혹은 교수 출신인 경우 특히 영업을 어려워 한다. 영업에서 성과가 발생하려면 충분히 많은 거절을 당해야 한다. 하지만 거절 당하는 고통을 감내하지 못한다. 기술에 대한 전문성만 있고 영업은 전혀 못하는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들이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제품 영업을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 점이 가장 인상깊었다. 셀트리온에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팔기 위해서 서정진은 유럽을 돌아다녔다. 제약사 대표가 왔다니 신기하게 여겼다. 계속 영업을 해보니 의사보다는 실제 처방을 하는 간호사에게 영업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번은 아일랜드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설명을 하다가 호되게 질책을 받았다. 바이오시밀러가 뭔지 잘 모르니 복제 짝퉁 약으로 생각한 것. 간호사는 화를 내면서 환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제품은 SC 제형이라고 했다. 영업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통해 램시마 SC가 개발되었다.
*SC는 Subcutaneous의 약어. 환자가 스스로 주사를 놓아서 약을 투여할 수 있게 만들어 보라는 뜻이다. IV 방식은 정맥주사 방식으로 병원에서 링겔을 통해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약을 투여 받기 영 불편하다.
2. 실패 전문 비전문가 집단
셀트리온 창업 멤버 중에는 바이오 전공자가 없다. 전혀 생소한 분야에서 혁신을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발견이 되는데, 잘 모르기 때문에 편견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한 덕분이다. 서정진이 창업을 한 이유는 회사가 망해서다. 같이 일하던 사람 5명이 창업을 하기로 했다. 모이긴 모였는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없었다. 5명이 모여서 사업 아이템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첫 사업은 망했다. 당근을 수입했는데 다 상해버렸다. 그 외에도 계속 아이디어를 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바이오 사업은 누군가 가져온 신문 기사 때문에 사업 아이디어로 추가되었다. 사업성을 따져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딱히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그냥 아이디어 리스트에서 살아남았다. 바이오 사업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서정진은 국내 석학들을 만났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도 없이 만나다 보니 계속 거절을 당했다. 그러다 대학교 친구를 통해 교수를 소개받고, 그 교수를 통해 미국에 있는 전문가 메리건 교수를 소개 받았다. 문제는 메리건 교수 쪽에서 만나줄 이유가 없다는 것. 그래서 서정진은 그냥 미국으로 날아갔다. 왕복 항공권을 살 돈이 없어서 편도 항공권을 끊었다. 미국에 가서 전문가와 만날 때까지 버티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다. 가장 저렴한 음식으로 하루를 버텼다.
바이오 사업을 해보려고 미국에 온 한국 남자 이야기가 실리콘밸리에 퍼져나갔다. 그래서 메리건 교수는 딱한 마음에 '벡스젠'이라는 회사를 소개해준다. 벡스젠은 최초 에이즈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고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세운 회사였다. 서정진은 벡스젠을 방문했다. 몇날 며칠 방문 끝에 벡스젠에 자리 잡고 있는 신승일 박사를 만나게 되었다.
벡스젠은 백신을 직접 생산할지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을 할지 고민 중이 었다. 직접 생산하자니 너무 리스크가 컸다. 임상이 실패하면 생산 설비에 투자한 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 그래서 저렴한 국가에서 대량 위탁 생산을 하면 리스크도 줄이고 생산 단가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신승일은 한국에서 공장을 유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싱가폴에서 워낙 적극적이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계속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던 중에 서정진을 소개 받게 된다. 서정진은 공장을 유치해보겠다고 도전한다. 인천 송도로 정했고, 마침 인천에서도 바이오 분야를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송도에 개발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공장을 지을 부지가 갯벌이었다는 것. 백스젠은 땅을 확인한 후에 계약을 취소하려고 했다. 땅도 아닌 곳에 생산 설비를 짓겠다니... 협약식 전날 밤새 토론을 해서 겨우겨우 설득을 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벡스젠은 결국 에이즈 백신의 임상 3상에서 실패하고 만다. 이 타격으로 백스젠은 문을 닫게 된다. 결국 셀트리온은 다른 회사들을 방문하며 일감을 구걸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선뜻 일감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서정진은 속이 타들어갔다. 공장은 지어지고 있는데, 생산할 제품이 없었다. 공장이 완공될 때쯤 백스젠에서 계약금을 받았어야 했지만, 이 계획은 물 건너 가버렸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었다. 금융 기관은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아서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렸다. 나중에는 사채업자들도 서정진을 피했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자 서정진은 자살을 생각했다. 양수리에 빠져 죽을 생각으로 차를 몰고 갔다. 액셀을 밟고 속도를 내는데 순간 트럭이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무의식적으로 트럭을 피하느라 차는 가드레일에 부딪혀서 멈췄다. 서정진은 보름만 더 살고 죽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그간 고생했던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주변에서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갑자기 자살할 이유가 없어진 서정진은 벡스젠에게 찾아가서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설득했다. 덕분에 셀트리온은 백스젠의 기술력을 거저 얻게 된다. 그 즈음 BMS라는 제약사에서 계약을 따냈다. 한번 계약이 들어오자 다른 곳에서도 계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3. 규제 지옥
생산 설비는 단순히 완공이 된다고 운영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미국 FDA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설비는 완성이 되었는데, FDA에서는 쉽게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의약품 규제는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개발된 장치다. 이 장치의 높은 허들을 넘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가동하는 생산 설비이다 보니 FDA도 유독 깐깐하게 굴었다. BMS는 2007년 7월을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한달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서정진은 기우성을 생산본부장으로 임명하고 한달안에 FDA 승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했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한달 동안 밤샘 작업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결국 7월에 승인을 받게 된다. 항체 약품 대량 생산이 시작되자 다른 바이오 기업들도 후보물질을 들고 제 발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셀트리온 설립 5년만에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 이익이 발생했다. 하지만 고객사의 주문에 기대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이오 시밀러를 개발하기로 한다. 바이오 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이다. 특허가 풀린 약을 복제해서 생산을 한다. 셀트리온은 위험부담이 높은 신약 보다는 복제약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다. 이 전략은 싱가폴 국부펀드 테마섹의 투자를 끌어들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테마섹의 투자로 셀트리온은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투자 기관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된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생산은 세계 최초의 도전이었다. 바이오 의약품은 합성 의약품과 달라서 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렘시마는 국내 식약청의 승인을 받은 후, 유럽의 규제기관 EMA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제약이 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는지 입증을 해야 규제기관에서 판매를 승인해주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에서 EMA나 미국 FDA 허가 신청을 해본 제약 바이오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셀트리온은 EMA와 직접 분석법을 상의하면서 임상을 설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MA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일부 지적사항이 나왔고 이를 해결해야 했다. 지적사항을 해결하려면 일반적으로는 6개월이 걸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과정을 2개월로 줄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하루 8시간 근무했을 때 6개월이 걸리니, 하루 24시간 근무하면 2개월로 단축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것. 이렇게 준비한 자료로 결국 승인을 얻게 된다. 이때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기우성은 사실 허가 못 받으면 약 먹고 죽을 생각이었다고 토로 했다. 유럽 EMA에 허가를 받은 후에는 모든 일이 술술 풀려갈 줄 알았다. 하지만 미국 FDA에서 허가를 해줘야 진짜라는 것. 결국 FDA에도 최종 허가를 받게 된다. 장장 2년에 걸쳐 승인을 얻게 된 것이다.
FDA는 주기적으로 생산 설비를 조사한다. FDA에서 파견된 조사관은 셀트리온 제조 공장에서 위반 사항이 발견되었다고 지적했다. FDA의 지적사항을 해결하지 못하면 공장 폐쇄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 지적 사항을 모두 해결하려면 2년이 걸렸지만 그러면 2년동안 손만 빨고 있어야 했다. 셀트리온은 FDA에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6개월만에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셀트리온이 살아남기 위해 분투해온 과정을 보면 눈물 겹다. EMA에서 승인을 받아내는 과정을 읽으면서는 진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서정진 회장 특유의 자기 비하 유머를 읽으면서 혼자 깔깔 웃기도 했다. 바이오 산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여러 용어도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시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 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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